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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08-3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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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무진정의 낙화놀이와 문화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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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함안요양병원 팀장 이영미


함안군 낙화놀이와 함께하는 문화마실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무진정 연못 앞에 자리 잡은 400년 된 느티나무와 혼이 깃든 정자목인 회화나무는 이곳 괴항마을의 수호신이기도 했습니다. 


넓게 품어준 그늘 덕분에 무더위의 땀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낙화놀이 전수관에 모여서 영상물을 관람한 후 참나무 숯가루를 갈아서 한지에 두 번 감싼 후 댕기머리처럼 엮은 낙화봉을 만들었습니다. 


홍예교에서 소원성취를 매단 낙화봉에 점화를 시작하였습니다. 해마다 사월초파일이면 3천 여 개의 낙화봉 숯가루들이 장관을 이루며 아름다운 이수정 연못 위에 떨어집니다. (전국 최초 무형문화재)


다음은 함안군 괴항마을로 마을전체가 타일벽화길입니다. 빛의 어우러짐이 골목 따라 연결되었습니다. 


그리고 낙화놀이 기능보유자 분들의 옛 모습을 재현한 역사공간과 근대의상, 생활한복 체험장(살롱 드 괴항)에서 사진촬영도 하였고 2009년 성산산성에서 발굴된 연씨를 찾아 발아시키는데 큰 공을 세운(당시 발굴책임반장) 김현규 선생님 댁도 방문하였습니다. 


여러 수종의 나무로 정원을 잘 가꾼 골목 끝 집을 부러움의 눈빛으로 들여다보니 박태기나무의 꼬투리들과 분꽃의 노랑빨강꽃잎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장모님의 사위사랑 사위질빵 덩굴은 여름더위에 쑥쑥 자라서 높은 키로 더위를 식혀주었습니다. 


괴항마을 뒷산인 산지습지의 입구에 이르렀습니다. 


하늘그물망을 향하여 눈을 감고 소리를 들으며 잠시 바위가 되어보았습니다.(숲멍시간) 옛 괴산재에 오르는 언덕길에는 산팽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었고, 땅비싸리, 키큰미국자리공, 주름조개풀들이 논 밭어귀에 자리잡고 있었고, 물정화를 시켜주는 고마리 군락과  깃털이끼의 파릇파릇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기온이 1도 낮아졌습니다. 


재실과 서당 기능을 하며 생육신의 한 사람인 조려선생의 손자 조삼선생이 후진양성을 위해 여생을 보낸 곳, 옛 괴산재에(1670년 창건) 도착하였습니다.


묵정논과 옛 괴산재, 성산산성을 잇는 습지밸트에는 습지에서만 볼 수 있는 왕버들과 수양버들이 보여서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괴산재 옆 휴식공간에는 공자가 좋아한 회화나무가 ‘여기는 학당임’을 알리고 있었고 정자목인 팽나무(달주나무, 포구나무)의 검은 열매가 새들을 불러들이고 있었습니다. 


앞마당에는 쇠무릎(우슬초)을 품은 은행나무가 두 그루 있었는데 늙은소년에게 마지막 쉼의 의자인 밑동을 내어준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생각났습니다. 


서걱서걱 댓잎소리와 말매미의 기분좋은 백색소음따라 사뿐사뿐 발걸음은 어느새 성산산성의 길목인 동문지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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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발굴 작업 중인 성산산성의 동문을 지나니 소나무군락지가 보였고 성벽의 흔적 일부에는 함안천에서 한 개씩 날아온 돌들로 차곡차곡 쌓여진 성들을 볼 수 있었고 그 위쪽에는 진흙돌인 이암이 빽곡히 쌓여서 세월을 느끼게 했습니다.(온돌산성, 석환더미)


북문지에 이르러 잘 정돈된 흑송의 가지끝 따라 한 눈에 들어온 것은 말이산고분과 삼봉산 그리고 가야읍의 모습이었습니다. 


정상고지에 이르니 성곽과 성채가 한 눈에 들어왔고 성산산성이 마을임을 알려주는 수령이 아름다운 느티나무에 잠시 머물렀습니다. 군데군데에는 군사와 함께 마을을 지켰던 개망초도 피고 지고 있었습니다. 


서문지 부근에는 여러 수종의 나무들이 이름표를 달고 있었고 이십 리 마다 심었다는 시무나무와 참나무 형제들은 군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남문지에서는 여항산이 가깝게 보였습니다. 함안은 남고북저의 지형이라서 여항산의 계곡물이 흘러내려서 낮은 북쪽의 함안천을 따라 악양에서(법수면과 대산면) 남강을 만나 낙동강으로 흘러갑니다. 


다시 벽화마을로 내려와서 시원한 느티나무와 왕버들의 그늘이 있는 무진정연못에 도착하였습니다. 영송루 누각 위로는 왕버들이 뜨거운 햇살을 받아 붉은 잎사귀를 가지 끝에 매달고 있었습니다. 


잡귀를 물리치는 염원을 담은 회화나무는 학자수답게 꼿꼿한 군자의 모습으로 흰색 꽃을 피우고 있었고, 여름 꽃 배롱나무꽃도 눈부신 자태를 뽐내었고 작은 아치형 다리 중간에는 세월을 온 몸으로 드러낸 왕버들이 뿌리부터 무성한 가지 끝까지 사방으로 펼친 모습은 연못의 물고기들에게도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 주고 있었습니다. 


옛 일수정과 삼수정은 지형이 다져지거나 퇴실되어 자취를 감추었지만 이름도 아름다운 이곳 이수정은 쉬어가는 곳으로 최고입니다. 


2시간이 지난 후 낙화봉의 모습이 궁금한 우리는 홍예교에 도착했습니다. 조금씩 타고 있는 숯가루가 꽃가루처럼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연못가득 비친 무진정의 언덕바위, 400여년의 왕버들과 느티나무, 낙화불꽃, 물고기들... 아름다운 함안무진정의 오후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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